지난날의 추억을 돌이켜보며... 수제비, 한 그릇을 담다.
수제비는 멸치, 고기 등 다양한 재료로 육수를 내어 끓인 국물에 부드럽게 반죽한 밀가루를 손으로 얇게 떼어 끓이는 대한민국 대표 서민 음식입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수제비’라는 이름은 손으로 접어 만든다는 의미로 ‘수접이’라고 한 것이 변해서 ‘수제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밀가루가 귀했던 과거에 수제비는 잔치때 먹는 특별한 음식이었으나 1950년대 한국전쟁이후 해외로부터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 쌀보다 저렴해진 밀가루는 순식간에 서민들의 주식이 되었고 요즘에는 빈대떡과 더불어 비오는 날에 즐겨 찾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자, 파스타가 그들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인데, 특히 피자의 경우 밀가루 반죽을 익혀 남은 음식을 얹어 먹는 그야말로 생계유지를 위한 정도의 메뉴로 당시 요리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독일의 슈페츨레와 폴란드식 만두인 피에로기 같은 전통음식도 그렇게 시작된 서민 음식이었고, 우리의 수제비 또한 그러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세월이 만든 수제비는 수많은 시간을 거쳐 다양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 속에 감자를 갈아 넣어 쫀쫀한 식감을 자랑하는 ‘감자수제비’, 다양한 해산물과 고추 등을 넣어 칼칼함이 매력적인 ‘얼큰해물수제비’, 한국 대표 발효식품 김치를 넣어 만든 ‘김치수제비’, 시금치를 갈아 넣은 반죽으로 만든 영양만점 ‘시금치수제비’, 들깨 한 가득을 넣어 고소함이 충만한 ‘들깨수제비’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영양과 맛도 더 좋아졌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주방에서 완성된 수제비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식당도 많지만, 수제비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 색다른 모양으로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지기에 다양한 찌개 등 육수 속에 손님이 직접 수제비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식당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수제비는 하나의 요리가 아니라 어떤 국물 요리와도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조합(Fancy Food Pairing)’이 되었습니다.